칼럼

[스크랩] 은퇴했으면 설교도 하지 말라

옹기장이 2013. 1. 22. 21:33

은퇴했으면 설교도 하지 말라


입력 : 2012년 07월 03일 (화) 22:44:07 / 최종편집 : 2012년 07월 04일 (수) 04:50:06 [조회수 : 454] 이계선6285959@hanmail.net

은퇴목사의 즐거움 
                 
10년 만에 찾아간 고국방문길에 고향인 김목사를 만났다. 늙고 병들어 있었다. 
“목회 은퇴하고 1년 지나고나니 폭삭 10년 늙어버렸어. 할일이 없어져버려 의욕을 잃으니 게으르고 병들어 이렇게 됐어. 이목사는 10년 전 왔을 때보다도 더 젊어 보이는 군. 은퇴안하고 아직 현역인 모양이지?” 

“웬걸. 은퇴한지 2년이나 됐어. 그런데 은퇴하고 1년 지난 후 만나는 사람들 마다  나보고 10년이나 더 젊어졌다고 놀라는 거야” 

그는 10년 젊어진 내 모습을 보고 의아해 했다. 내가 젊은 여자와 재혼하여 즐기는 줄 아는 모양이다. 천만에! 나는 지금도 조강지처와 45년째 살고 있다. 단지 은퇴이후에는 부부 싸움이 많이 줄어들었을 뿐이다. 일이 없으니 싸울 일도 없다. 애들도 모두 독립해 나갔다. 단 둘이 살다 보니 신혼기분이다. 결혼이전의 연애시절로 돌아가 버린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그리 젊어졌을까? 궁금해 하는 그에게 나는 미국식 은퇴목사의 즐거움을 소개해줬다.  

“한국인은 은퇴1년이면 10년 늙어버리고 미국인은 은퇴1년이면 10년 젊어진다네” 
몇 해 전 보스턴의 하버드대학 식당에 가본 적이 있다. 식당을 다녀간 유명 인사들의 사진과 초상화가 벽을 도배하고 있었다. 링컨 케네디를 비롯한 역대통령들과 헤밍웨이 마크트웨인 카네기 록펠러의 얼굴도 보였다. 

알고 보니 돈만내면 아무나 들어가는 식당이 아니었다. 하버드를 빛낸 유명인사의 초대가 있어야 들어 갈수 있는 귀빈식당이었다. 우리들만 해도 그랬다. 하버드 법대를 나온 은퇴부부변호사의 초청이 있어 입장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나는 백악관에 초대된 얼간이처럼 기분이 얼떨떨했다. 그때 우리를 초청한 부부변호사가 자녀들을 데리고 나타났다. 놀랍게도 큰딸이 9살 그 아래로 6살 남자였다. 더 놀란 건 부부는 50도 안된 만년청년이었다.  

“50도 안된 우리부부가 은퇴했다고 놀라시는 모양이군요. 미국변호사는 큰 사건 몇 건만 처리하여 승소하면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수임료를 챙긴답니다. 우리는 부부변호사로 열심히 뛰어 일찌감치 그 목표를 달성했어요. 후배들에게 그 자리를 양보하고 은퇴하기로 했지요. 은퇴해서 가족과 더불어 즐겁고 행복한 인생을 즐겨야지요. 인생의 목적이 돈 버는 게 아니라 행복과 즐거움 아닌가요?”

미국인들은 은퇴를 기다리면서 일한다. 은퇴하면 여름방학을 맞이한 초등학생처럼 산으로 바다로 뛰어 다니면서 인생을 즐긴다. 한국인들은 나이를 줄이고 머리를 염색하면서 필사적으로 은퇴를 늦춘다. 그래도 피할 수 없는 운명의 날이 닥쳐와 은퇴를 하고나면 고려장(高麗葬) 인생이 되어 금방 늙어 버린다. 즐거움을 누리는 은퇴의 조건은 무엇인가? 

첫째 100%은퇴를 해야 한다. 은퇴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것이다. 겹겹이 껴입은 옷을 훌훌 벗어버리는 것이다. 몸이 가벼워야 즐겁게 춤추고 노래 할 수 있지 않은가? 은퇴 후에 선교회를 만들고 외국선교사로 나가는 건 완전 은퇴가 아니다. 최소한 먹고 사는 게 보장 됐으면 깨끗하게 은퇴하라. 

그리고 은퇴했으면 설교도 하지 말라. 매년 신학교에서 쏟아져 나오는 졸업생이 만 명 을 넘는다. 목회지를 기다리는 젊은 목사들이 차고 넘친다. 90넘은 몸으로 설교 구걸하러 다니는 은퇴목사님들이 여간 추하게 보이는 게 아니다. 설교도 해외선교도 젊은 목사들에게 양보하라. 

어느 은퇴목사님은 일사순교 하겠다고 늙은 몸을 이끌고 아프리카로 남미로 선교를 다니다가 덜컥 척추가 부러졌다. 정부 돈으로 몇만 불짜리 관절수술을 하고 절름발이로 지낸다. 정부 보조받는 주제에 나라 돈 축내고 절름발이 은퇴생활 하고...여간 손해가 아니다.    
  
나는 은퇴 후에 여간해서 설교거절이다. 사례비가 없다기에 뉴저지 작은 교회에서 한번이 전부다. 설교제목이 “이런 설교는 하면 안 됩니다”(요4:24)였으니 그나마 하나마나였다. 지난해 한국 갔을 때는 한 달 내내 설교 다녔다. 10년에 한번 가는 조국길이니 마지막설교가 될게 분명하기에 응한 것이다.  
    
“은퇴하고 나서 하시는 목사님의 설교가 현역 때보다 더 신선하고 좋아요” 
“은퇴의 즐거움이 녹아 있는 친환경적 은퇴홍보설교였기에 그렇겠지요.” 

둘째 자연 속에서 살아라. 은퇴는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우리부부는 은퇴 후 뉴욕 케네디공항 뒤의 시영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작은 밭과 바다가 있는 반반도시(半半都市)다. 타운이름이 Far Rockaway 라서 나는 “돌섬”이라 부른다. 오전에는 30평짜리 조각 밭에서 농사를 짓고 밭 옆 포구(灣-Bay)에서 꽃게 낚시를 즐긴다. 오후에는 남쪽으로 8분 걸어 대서양 해변에서 대합을 잡는다. 오존이 묻어있는 바닷바람을 마시면서 비치를 산책하면 홍진에 오염된 상념들이 깨끗이 날라 가 버린다. 자연은 어디에도 있다. 햇빛과 바람 그리고 꽃이 피어있는 화분하나만 있으면 그 어디나 훌륭한 대자연이다. 

셋째 사람과 친하게 지내라. 우리 집은 지난 3년 은퇴생활을 하는 동안 수백 명이 다녀갔다. 40년 목회 생활 중에 찾아온 손님보다 더 많다. 비결이 있다. 먼저 전화하고 먼저 찾아가는 거다. 나는 생활의 즐거움이 남아돌면 그걸 글로 써서 “돌섬통신”으로 보낸다. 그걸 읽은 독자들이 찾아온다. 뉴욕 뉴저지는 물론 멀리 한국에서도 온다. 꽃게를 잡겠다고 할머니를 따라온 어린애들도 있다. 

지리산에서 온 청학도사 교수 의사가 있는가 하면 스님도 있다. 여름손님들은 오전에 꽃게 낚시를 하고 점심은 공원에서 꽃게 바비큐를 해 먹는다. 오후에는 해변으로 몰려가서 물에 빠진 생쥐가 되어 철부덩 거리면서 해수욕을 즐긴다. 해가 기울면 돌아간다. 돌섬이 관광지처럼 즐겁다고 한다. 

넷째 신과 친하게 지내라. 솔직히 고백한 것인데 나의 40년 목회는 교인과 친하는 신앙이었다. 은퇴하고 나니 달랑 하나님과 나, 단둘이만 남아버렸다. 친하게 지낼 수밖에. 난 근처 미국교회에 나간다. 100년 된 고풍스런 교회당인데 청교도의 정취가 남아있어서 좋다. 어제주일 폐회찬송이 “오 비우티플..”로 시작되는 “아메리카 아메리카”였다. 내일 모레가 미국독립기념일이기 때문이다. 애국가를 찬송가로 부르는 나라. 청교도의 나라답다. 예배를 끝내고 나오는데 아내가 속삭인다. 

“은퇴하고 미국교회를 다니니 젊은 신혼부부가 되어 미국 여행 온 기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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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글 출처 : 당당뉴스

출처 : 천국이 있는 풍경
글쓴이 : 고재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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